이철수 목판화 30년 기획 초대전
관훈갤러리, 6.22. ~ 7.12.
진정 자유를 바란다면... 버려!!
지문(소용돌이)으로 표현한 밭고랑, 바라볼수록 뜻풀이가 많아지는 듯.
고된 노동이 주는...평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뒤돌아서거나 주저앉지 말고
바로 거기서 길을 내!
반짝이는 나무잎들의 수런거리는, 그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그림만큼이나 깊고 맑은 눈길
나무에 그림을 그려서 펼쳐 보여준 화가의 마음이, 언어가
오롯이 전해져 오는지..
한참 들여다 보았던 그림.
이 그림 맞은편엔
같은 듯 다른 '마음자리 - 엄마' 그림이 걸려있다.
부디, 생명에 가혹해지지 말자.
그림도, 화가의 짧은 속삭임들도
모두 그 자체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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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목판화, 60×45cm, 1980
<장승 솔>
목판화, 196×98cm, 1980
<공장지대>
목판화, 96×56cm, 1980
<만남>
목판화, 71×44cm, 1983
<세상의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
목판화, 44×39cm, 1983
(입술 부분의 노란 동그라미는 불빛이 반사된 것임)
<춤추는 한반도>
목판화, 118×65cm, 1984
<불타는 한반도>
목판화, 118×65cm, 1984
<동군들 떡을 사먹다>
목판화, 127×90cm, 1984
<새벽이 온다 북을 쳐라>
목판화, 53×50cm, 1988
<바람 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목판화, 36×92cm, 1985
<태백산맥>
목판화, 50×122cm, 1986
<밥이 하늘입니다>
목판화, 33×36.5cm, 1987
<몽유통일>
목판화, 41×50cm, 1987
<거리에서>
목판화, 55×74cm, 1988
<새.. 매화>
목판화, 49×47cm, 1989
비판의 소리만 내고 살아야 할 때도, 그리고 제 일 제가 하고 살아도 여전히 힘겨울 때,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스스로 묻곤 했습니다.
오래 화두처럼 들고 있던 의문에 대해 스스로 내린 답은 간명했습니다.
- 내 삶과 내 존재의 주인 노릇을 못하기 때문!
머슴살이하듯 사는 삶이 오죽할까?
현실이 시키는 대로, 이념이 시키는 대로,
세상의 평판과 기대에 부응해서 사는 삶이면 당연히 힘들지!
- 고생했다! 알았으면 내려놓아라!
그렇게 제가 제게 일렀습니다.
내려 놓았느냐고요?
다 내려놓고 가벼워졌느냐고요?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던걸요.
지혜로운 이들이 그 길을 소상하게 일러놓았지만,
약도 들고 길 찾아가는 일은 또 다른 난제입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 아니고 게을러서는 더욱 안 되는 일입니다.
익히 아는 길이다 싶어 발걸음 재촉하다 보면 착각이었음을 알리는
뼈아픈 후회가 막다른 골목처럼 서둘러 따라왔습니다.
일상의 한 축은 그렇게 마음의 주인이 되는 일에 두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림 그려 목판에 새기는 일이었지요.
보시는 대로, 제 판화에는 마음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사는 이야기, 자연과 사람 이야기를 통해서지요.
그 생각으로 사는데, 그 이야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아시지요?
해외여행 처음 다녀온 사람이 제 여행담만 쏟아놓고,
첫 아이나 첫 손주 본 이들 만나면 아이 이야기 들어줄 각오를 해야 하는 거!
저도 아직 마음 이야기 그 속에 있습니다.
사는 게 그림 그리는 일만은 아니어서,
틈틈이 농사일도 하고,
사람도 보고,
세상 일 이것저것 참견도 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 속에서 내내,
그것은 모두 내 화두고 내 공부거리거니 생각했습니다.
낯설고 힘든 일은, 어려운 경전 구절처럼 여겼습니다.
못 읽어내면 건너뛰고,
모르면 기다려서 새기는 게 책 읽는 법 아니던가요?
익숙하고 반가운 일은,
익히 아는 글처럼 다시 읽고 숨겨진 뜻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산하대지가 한 권 경전이라고 했습니다.
산하대지뿐 아니라,
일상사 하나하나를 경전으로 여기고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쉽지는 않아서 내내 갈지자걸음입니다.
제 판화도 꼭 그럴 겁니다.
제 판화가 제 일상의 고백이자 반성문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겁니다.
판화에 농사 이야기도 있고 세상 이야기도 있고
마음 이야기도 있지만, 정작 먹자 할 것 없는 밥상 같지요?
너그러운 눈으로 보시면,
두두물물이 공부거리라는 말을 그대로 믿는
아둔한 한 학생의 부지런함이 보이실 겁니다.
긴 말 할 것 없이 아둔이라고 하셔도 크게 서운할 건 없습니다.
가르치면서 더 깊이 알기도 하는 법이니,
오답이 많은 답안지를 살피는 기분으로 보셔도 좋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람처럼,
다녀가는 풀벌레와 새들처럼,
그리고 쉼 없는 계절처럼,
삶의 갈피갈피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것 그대로 그저 두고 보자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아직 다 놓지 못한 생각들이 있어서 그림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여기지 못하고
방편으로 여긴다면서도 그걸 다 버리지는 못한 거지요.
방편이 방편다워야 한다는 말은
그림이 그림다워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은 아직 판화가인 셈입니다.
괜한 짓이 괜한 짓만도 아닌 거지요.
세상에 같은 고민 하고 사는 이들이 더 있지 않을까?
판화 몇 점 함께 보고 나눌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혼자 잘사는 게 힘든 세상이라서,
제가 제 주인이 죄어 사는 일은 더 어려워진 세상이라서,
이런 그림도 설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나와 남을 가르고 나만 살아남으면 그걸로 족한 삶이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목판화를 붙들고 산 지 30년이 다 되었는데 아직 이것뿐입니다.
지난 전시 이후, 국내에서는 6년 만의 전시가 됩니다.
마침 제 『목판화 30년 선집』을 컬처북스에서 내주었습니다.
책도 그랬듯이, 묵은 판화 중에 일부를 가려서
제 30년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함께 전시해보겠습니다.
청년들에게는 30년 전이 기억 밖의 일이겠다 싶어서,
제 아이들에게 ‘우리 이렇게 살았다’라고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준비했습니다.
세상과 내가 함께 변하고 좋아질 수 있어야,
그 변화가 실다운 변화라고 하고 싶었다는 말도 함께 해 주고 싶습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제 이익만 키우려는 욕심이 낳은 결과 중 일부지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사건 ․ 사고와 경제 위기와 거대한 재난과
자연재해를 통해서 오히려 우리 사회와 문명의 욕심의 뿌리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시지탄이기도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렇게,
나와 남의 경계를 모두 허물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지요?
그런 듯싶습니다.
미술뿐 아니라, 예술 하는 마음들이 먼저 그 마음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건데…….
30년 전 첫 개인전을 열었던 관훈갤러리에서 다시 그 전시를 엽니다.
모처럼의 귀환이 반갑다며 전시관을 통째로 내어 주셔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연어 회귀처럼? 그런 생각도 드네요.
전시장에서 뵙겠습니다.
2011년 6월 이철수 드림
(이철수 목판화 30년 기획 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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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갤러리 3층 지붕
오랜 시간의 더께가 보이는 미술관 구석구석
여고 졸업후 28년만!!
얘들아, 오늘 우리들도 영화 '써니'를 찍은 거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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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둥지 벽에 붙어 날고 있는...
도록에 해주신 작가의 서명
오랜 시간을 건너뛴 만남이었음에도 그저 반갑고 정답던 동창들,
맑고 깊은 사유로 빚은 마음자리를 내보여준 작가,
모두에게 이 아름다운 인연들에 고마웠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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