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닌 이야기

봄이 오는 누룩실재를 걷다

keepthesunshine 2010. 3. 8. 03:37

그제 감기가 심해져서 새벽에 토하고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누워있다가 오후 늦게 겨우 일어났다.

혼자이기에 굶어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뭐라도 먹어야 하기에...

어제 내내 조심해서 먹으며  기운을 회복해둬야 했다. 오늘 아침 먼길을 나서야 했으므로...

 

 

 

아침 7시 10분 집을 나서서 신갈 정류장에서 서울에서 올 버스를 기다렸다.

새롭게 고쳐놓아서 훨씬 덜 춥게 덜 춥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고 천장에 설치된 히터도 켜져 있어 따뜻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어찌나 왁자그르르한 지...

 

 

오늘 걸어갈 길 : 전남 구례군 구례읍 산성리 사동마을 ~ 누룩실재 ~ 다무락마을(유곡마을)

사동마을 사람들이 전에 고개 넘어 구례장을 보러 오가던 고개길을 걷게 된다.

 

 

자, 이제 출발... 오늘 함께 온 여행편지 동행들.

 

 

사동마을도 고개 넘어 다무락마을도 돌담이 많았다.

아담하면서도 튼튼하게 공들여 쌓아올린 돌담들.

이 골목들을 뻔질나게 오갔을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쪼그리고 앉아야 보이는 꽃들.

그래그래, 봄이라는 거지.  끄덕끄덕...

 다리가 아프도록 하루 종일 나물 바구니를 채우며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돌담 너머 사람이 살지 않는 게 분명해 보이는 빈 집.

사람의 흔적이 끊긴 집은 조금씩 스러져 가는 게 한눈에 보인다.

 

 

마당이 온통 잡초 투성이다.

주인의 손길이 닿았을 때엔 빗자루 자국이 선명하게 그려졌을 텐데...

이제 빈 집은 아무런 그리움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

 

 

돌담이 피운 이끼꽃들 ^^;

 

 

저 집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 같다.

무너진 돌담이 꼭 무너진 한쪽 어깨인 듯 아파 보인다.

 

 

담인 듯 벽인 듯...

들여다 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ㅋ

  

 

눈이 쌓이면 더 정감있을 듯...

저 나무에 꽃이 피면 골목 가득 꽃잎을 날리겠지...

 

 

 

우물일까?  빨래터일까?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이어졌을텐데...

 

 

누구네 집 가는 길일까

 

 

 

엄나무인지, 두릅인지...

 

 

한때는 계단으로 이용되었을 텐데 지금은 저렇게...

빙 둘러서  저 높이로 돌로 쌓아진 것이 모퉁이를 돌아 이어진다.

좀 과장한다면 마치 성곽을 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버들개지들의 수다가 보이는지...

 

 

그냥 올려다본 하늘 ^*^

 

 

고개를 다 넘어갈 때까지도 끝내 파란 하늘을 내주지 않았다.

 

 

누룩재를 걷는 동안 길가에서 무덤을 많이 보았다.

전에는 이렇게 길 가까이에서 무덤을 보았다면 기겁을 했을텐데

오늘은 "이 길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주셨나요

아니면 놀라게 하셨나요" 물으며 지나친다.

 

 

이곳에 오늘 아침까지 왔다는 비 덕분에 걷는 내내 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몸 아프고 마음 아픈 시름을 씻어내듯 물 소리에 새 소리에 솔바람 소리에 귀를

온몸과 마음을 기울이며 한발한발 내딛었다.

그러다가 반갑게 눈마주친 미나리 싹들...

맑은 물 속에서 더없이 싱그러워 보였다.

 

 

누구의 마음, 누구의 손길일까.

길 가는 이를 위해 마음을 쓰고 정성을 담아 저렇게 길 표시를 해놓은 수고로운 손길이 고맙다.

여기는 길을 잃을 염려도 없는 한 갈래 길이건만...

 

 

 

네 이름은 뭐니?

분명 눈에 익은데 이름은 영~~~ 모르겠다.

오리나무 ? 같은데...

 

 

저 곳이 구례읍일까?

사동 사는 어르신들이 예전 구례장에 가려면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던데.

(내 똑딱이로는 당겨봐도 더 이상 보이지 않으니 원~~)

 

 

드디어 누룩실재!

둘러봐도 저 곳이 가장 번화가로 보이니 구례읍이 맞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저 풍경을 보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문득문득 마을이 보이면, 구례가 보이면 안도했을까

되짚어 갈 길을 생각하며 한숨지었을까

 

길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대로 저멀리 멀리 이어지고 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삶도 그런 거겠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렇게 꾹꾹 가다보면

어느 굽이에 이르러 잠시 쉬기도 아니면 서성이기도 하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때로 뒤돌아보면 어떤 길로 어떻게 왔는지 가뭇없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는 길을 가는...

 

 

 누룩재부터 다복솔이 쭈욱~~~

 

 

임도라서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넓다.

 

 

 

비때문에 무너진 곳을 꼼꼼하게 손본 곳이 군데군데 있었다.

 

 

전에는 집들이 있었을 것 같은 곳으로 나 있는 길

 

 

내리막에서 뒤로 걸으며 생각에 잠긴 듯한 여행 편지 동행을 지나치며 몰래 한 컷.

 

 

 

꽃봉오리들이 다 꽃잎을 피우면 골짜기엔 매화 향기가 온통 진동하겠다.

사람들에게까지도 그 향기가 배일 듯...

배나무도 많으니 그 환한 꽃빛은 또 얼마나 눈부실까.

 

 

벌집 통이 언뜻 영화에서 본 외계인들을 연상시켰다. 나만의 생각?

 

 

가끔 내 삶에도 이렇게 확실한 방향 표지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이상의 시행착오가 없도록...

 

 

 

드문드문 피어난, 그래서 더 고운 매화 몇 송이들...

 

 

 

인생의 비탈진 길에서 손잡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내게도 있을까...

누구일까... 

그 사람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줄까...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가래... 반갑기까지 했다.

대나무를 엮어 바른 흙벽 또한...

 

 

골목 풍경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눈을 가늘게 뜨게 하고 미소가 어리게 한다.

 

 

상유 마을 우물

 

 

다무락은 담벼락의 사투리란다.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일행이냐고, 뭘 타고 왔느냐고 물어 보신 아주머니, 머위를 뜯고 계시다.

 

 

 

 

제주도 돌담과는 또다른 느낌

 

 

 

 

가지런히 고개 내민 농기구들

 

 

 

 

 

 

 

 

 

 

물에게는 물이 가는 물길이 있고

사람은 사람대로 사람이 가는 길이 있는 것이다.

 

물을 따라 가다 보면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나오고

사람들이 사는 그 곁을 보면 어김없이 물이 있다.

 

 

 

미용실에서 얻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저렇게 걸어 놓으면

멧돼지가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사람이 있구나 싶어 피해 간단다.

 

 

 

 

돌아보니 우리가 넘어온 고갯길이 저멀리 아련하다.

 

 

 

 

우리가 넘어온 고갯길과 동네 길을 걸어 내려오는 일행이 함께 보인다.

 

 

4시가 되어가는 늦은 오후, 나무를 때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하유마을로 들어선다.

 

 

 

 

 

 

 

 

해맑은 물, 물빛

 

 

 

 

 

아이가 옆에 왔을 때

"안녕" 인사를 건네니 아이가 할머니 뒤로 부끄러운지 반쯤 숨듯 하며 지나간다.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이라고 한다.

 

 

구례가 감으로 유명하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이 곳은 아무래도 감을 저장하는 창고일 듯 싶은데.

 

 

 

감나무와 배나무도 많은 매실꽃밭 다무락마을

 

 

 

 

부르기엔 섬진강 길이 더 좋다.

 

 

 

 

 

작은 새를 보았다. (보이나요?)

 

 

 

돌들 위로 옮겨 앉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찾았나요?)

 

 

이제 돌 아래로 숨어 버려서 소리만 들린다.

어제 읽은 책에 나오는, 조선시대 전 기간 동안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린 <연사모종>이라는 그림이 생각났다.

절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연사모종>을 떠올리며,

나직히 퍼지는 새소리를 들으며 일렁이는 물을 바라보며 한참 서있었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들었을까. (들리나요?)

 

 

 

 

산수유 가지 사이 너머로 물줄기가 보인다.

 

 

유곡리사무소에 걸린 태극기가 아래 부분이 찢겨진 채 펄럭이고 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창 너머로 (압록마을)

 

 

  

(오늘 카메라 배터리를 다 써서 나중엔 카메라가 저절로 꺼져버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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