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닌 이야기

낯익은 오후, 그 빛깔 <브라운하우스>

keepthesunshine 2010. 7. 1. 20:58

 

 

오래 전 고등학교 다닐 때 통학을 했었다.

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김량장리 사거리를 건너면 그 모퉁이에 동양서림 이라는 서점이 있었다.

시내에 있던 몇 개의 서점 가운데 동아서점과 동양서림 두 곳이 가장 컸다.

동아서점도 자주 다녀서 얼굴을 익혔지만 더 자주 오가며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했던 곳은 동양서림이었다.

늘 반겨주시던 내외분, 그분들의 외아들...

덕분에 근처에서 다른 가게를 하시던 아주머니의 동생까지 알게 되어서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드리곤 했다.

 

졸업 후 우연하게 한 번 갔었던 그분들의 마평동 집,

다른 곳은 다 잊어버렸는데 꼭대기에 있던 다락방만 기억난다.

빨간머리 앤이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책에 나올 것 같은, 지붕이 조금 높은 다락방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이 집에 오는 문인들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무척 탐을 내며 머물고 싶어한다고....

하지만 오르내리는 계단이 집 안으로 나있는 구조여서 다락방에 머무는 행운을 누린 사람은 없었던 듯.

 

아무튼...

그 동양서림이 있던 건물이 이분들 소유였었고,

얼마전까지는(아마 지난해)

건물을 새로 지어서 커피전문점을 하셨었는데.

도로가 넓어지면서 건물이 없어지고 잠시 그분들의 안부를 알 수 없었는데...

지난 달에 우연히 브라운 하우스를 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늘 축구공을 전해주었던 태영이네 부모님께서 하시는 꽃집 바로 앞에 브라운하우스가 있었던 지라...

맘먹고 들러 보았다.

 

변함없이 반가워해주신 두 분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해주신 시간에...

몸이 좀 아팠어도,

하루종일 빈 속에 커피만 몇 잔째 들이부었어도

행복했고 고마웠던 브라운하우스...

 

 처인구 마평동 라이프 아파트 뒷쪽에 자리 잡은 곳...

어느덧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 흘러 조금은 바랜 듯한, 그런 오후의 느낌이 배인

브라운 빛깔 같다는 생각을 잠시하며 뒤돌아보던 곳. 

 

쥔께서도 자랑하시는, 맛있다고 소문난 돈까스 먹으러 또 가야겠다.

혼자 가면 혼날 테니 누구 손잡고 가야하는데...ㅋㅋ

 

 

 

 

 

 

목련꽃이란다.

다시맺힌 꽃망울이 많기도 했다.

 

 

 

브라운하우스를 나서던 분이 잎사귀를 뜯어다 찻잔 받침을 하면 운치있겠다며 감탄한다.

 

 

 

언제나 유쾌하고 화통하신 쥔장...

희귀난치병을 앓고 계신데도 늘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시는 분.

 

 

 

서점을 드나들 때 아주 어렸던 꼬마 병욱 도령이 벌써 서른 중반,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고 군대 갔다는 소식 이후 다시금 새삼스러웠던, 시간의 크고 놀라운 힘!

 

손자의 작품... ㅋ

 

 

 

 

창 밖으로 보이는 텃밭을 가지런히 가꿔 놓으신 아저씨...

 

 

 

브라운하우스를 나와 버스타러 오면서 지났던 마평동 라이프아파트 앞 놀이터,

오후 다섯 시가 넘었는데 아파트 마당에도 놀이터에도 노는 아이들이 없다.

떨어져 있는 꽃잎들 가운데 발에 밟혀 이지러진 꽃송이가 없었다.

  

  

 

 

아이들이 없는...놀이터...

비어있는 놀이기구들이 참 쓸쓸해 보였다.

 

 

누가 떨어뜨렸을까...

잃어버린 사람도, 저렇게 먹을 수 없게 상해가는 생선도

서로 안타까운...

 

 

 

살구가 길 곳곳에 잔뜩 떨어져 있었다.

 

계절은 그렇게 과일을 익히며 한여름을 향하고 있다.

 

머지않은 가을을 손짓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