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 알마 /2009
오늘 아침은 나의 보물입니다
5시 40분,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울려준 나의 알람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준 나의 몸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몸을 수영장까지 데려다준 평범한 나의 차와
그 차의 창으로 잠깐 느낀 신선한 아침 공기는 나의 보물입니다.
뛰어들 때마다 저절로 "아, 좋다" 말하게 만드는 수영장의 찬물과
그 물을 헤칠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물살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리고 식탁에서 마주한 따뜻한 두부 한 모는 나의 보물입니다.
출근길 차 안에서 들은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나의 보물이고,
그 목소리의 선율을 만들었던 베르디라는 사람은 나의 보물입니다.
구름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 장마로 약간 불어난 중랑천의 물길,
삭막한 시멘트 벽면을 부드럽게 덮어가는 담쟁이덩굴의 부지런함,
그 담쟁이덩굴에서 볼 수 있는 총천연색 연두색의 향연,
천변에 아무렇게나 핀 노란 들꽃, 그 들꽃을 살짝살짝 흔드는 바람,
그 바람을 헤치는 자전거의 풍경, 그 위를 나는 이름 모를 새의 날개짓,
물새들이 가끔 보여주는 이륙과 착륙의 경이적인 몸짓,
거기에 간지러운 듯 반응하는 개천 물의 흰 포말…
출근길에 만나는 이 모든 풍경은 나의 보물이고, 천천히 달리며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교통정체는 나의 보물입니다.
사무실에서 내가 직접 내려 마시는 녹차 한잔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녹차와 함께 업무 모드로 바뀌는 나의 머리와
오늘 처리해야 할 열한 가지 일들은 나의 보물입니다.
늘 그 자리에서 별문제 없이 내 명령을 기다리는 내 노트북과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보물 1448호 백자 사진의 단아함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리고 이 원고를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이렇게 원고를 쓰고 있는 이 순간은 나의 보물입니다.
오늘 아침은 나의 보물입니다. 나의 일상은 나의 보물입니다.
(TBWA KOREA, 박웅현 ECD)
소통을 위한 창의력:
연애편지를 쓴다고 해봅시다.
편지 하나에는 '보고 싶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에는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맘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구 손을 잡아주겠습니까?
광고를 만드는 창의력은 이런 겁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에서 출발해서,
정지용의 이 시 같은 말을 찾아내는 겁니다."
수신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소통이 쉬워집니다.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껌 광고에서부터 기업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광고에 필수적이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광고는 공감대가 없고, 공감대가 없는 광고는 존재 이유가 없다.
광고는 또한 사람 읽기다.
갓난아이부터 파파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들의 바람과 현실, 희망과 절망을 가능한 한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가 있고 진솔한 대화가 있어야 그들의 마음은 열린다.
광고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람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은 존재다.
사실 비슷하다는 말은 다르다는 뜻이다.
그냥 '다르다'라는 말과 다른 점은 온도 차이일 뿐이다.
다르다는 낱말을 따뜻하게 만들면 비슷하다가 된다.
다르기 때문에 할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생기는 것이다.
비슷하다는 말은 다르기 때문에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실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라는 겁니다.
앤디 워홀은 통조림에 든 캠벨 수프를 먹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는 삶에서 작은 감정의 움직임 하나도 잘 놓치지 않는다.
생활이 굉장한 아이디어의 저장창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광고가 성공한다면 그 사회가 그 광고의 메시지에 공감한 겁니다.
그런데 그 메시지에 문제가 있고 그것을 고치고 싶다면 광고가 아니라 사회를 고쳐야 합니다.
소통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그 메시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다시 대답하면서 이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소통은 진실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겁니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설득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감동을 잘 해서 잘 웃고 잘 우는 것, 이것은 창의성을 위해서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은 새로운 시선 찾기다
슬기로운 생활
물음: 옆집 아주머니께서 사과를 주셨습니다.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답: 뭐 이런 걸 다. ㅋㅋ ^ㅡㅡㅡ^
성냥개비 네 개로 밭 전田 자를 만들어보라.
.
.
.
성냥개비 여섯 개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라. 시선의 위치를 바꾸었더니 보인다.
또 다른 밭 전田 자...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박종성, 에코의 서재, 1999/2008, 74쪽
시이불견視以不見
청이불문聽以不聞
많은 사람들이 보지만 보지 못하고 듣지만 듣지 못한다는 뜻이다.
뒤집어 보면, "보되 잘 보고, 듣되 잘 들어라'는 말이 된다.
(새로운 시선)
다음 아홉 개의 그림을 보라.
이 아홉 개의 그림에서 당신은 무엇을 볼 수 있는가?
공통된 하나를 찾아보라.
<Faces>, Francois Robert, Chronicle Books, 2000
(카니자 삼각형)
창의력은 상상력이다.
사람들은 흔히 상상력을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상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증거를 찾기는 쉽다.
위 그림을 보라.
이 그림은 실재와 실재가 만들어낸 상상의 문을 누구나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팩맨 pac-man 세 개가 실재하고 팩맨 세 개를 통해 보이는 삼각형은 상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카니자 삼각형 Kanizsa Triangle 이라고 한다.
이 삼각형은 실재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보인다.
주변보다 더 밝게 빛나 보이기까지 한다.
카니자 삼각형은 개발자 이름을 따서 카니자 삼각형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탈리아 심리학자인 카니자 Gaetano Kanizsa가 1955년에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상상력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상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그림 조각으로 자기 세계를 완성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눈은 '지식의 영향'을 받는다.
늘 보던 것은 다시 보지 않는다.
상상력은 진실을 보여주고 진실에 영향을 미친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감동하게 되고, 그 감동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창의력"
상상력은 간절한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창의력은 직관에서 나온다
창의적인 사고의 시작은 느낌에서 온다.
'이것인 것 같다'는 느낌이 그것이다.
박웅현은 "정말 좋다고 느껴질 때까지 만들어본다"고 했다.
"만일 누군가가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화가 나서 싸우고 싶을 만큼 좋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느낌과 직관은 합리적인 사고의 방해물이 아니라 생각의 기반이자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틀린 말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가 사실에 가깝다.
당신도 지금 당장 시작해보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을 그려보라.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말로 그려보라)
만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면 다시 관찰하고 되풀이해서 그려보라.
되풀이하는 동안 '그림과 함께 당신도'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박웅현은 한편으로는 그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창의성 학자들도 같은 말을 한다.
창의성은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 <몰입>의 부제는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이다.
사람은 몰입을 통해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몰입이 바로 행복을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런데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거의 보지 못하더군요.
세상을 가득 채운 색채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가 아마 인간일 겁니다.
이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유감스럼운 일입니다.
내가 만약 대학 총장이라면 '눈을 사용하는 법'이란 강의를 필수과정으로 개설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을 진정으로 볼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게 해주는 강의가 되겠지요.
말하자면 나태하게 잠들어있는 기능을 일깨우는 겁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박에스더. 이창식, 산해, 1993/2007, 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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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루가 거기에 죽어 가기라도 하듯이 저녁을 바라보라.
그리고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기라도 하듯이 아침을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지혜로운 사람이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김화영, 1897/2007, 민음사, 35쪽
창의력은 경탄에서 나온다.
자주 경탄할수록 더 많은 창의력이 생긴다.
"'나를 놀라게 해봐 Astonish me?'
언제나 이 말을 떠올리게. 그러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은 창의적인 것이 될 걸세."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릴 때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걷는 데 천재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느 누구도 넘어지면서 일어나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려고 해서 이룬 일이다.
실패를 하고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 실패마저도 즐겁다.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그 지향점은 지켜야 할 가치를 찾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적이라는 말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가치지향적이라는 뜻이 된다.
아름다움은 요소 자체보다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온다.
전체적인 조화와 상관없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바지와 멋진 티셔츠와 최신 유행의 재킷을 입어보라.
그 차림새로 밖에 나갔을 때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차들 중에서 제일 멋진 부분들만 조합해서 차를 만들었다고 하자.
과연 여러분의 친구가 그 차를 타려고 할까?
여러분이 좋아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신체 부분을 조합해서 꿈같은 외모의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러분이 좋아했던 스타들의 외모만큼 매력적인가?
미학적 완성은 조각 자체가 아니라 조각들 사이의 대화로 얻을 수 있다.
--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매투 프레데릭/장택수, 동녘, 2007/2008, 51쪽
(선택과 집중, 그 절실함의 표현)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사조 가운데 하나로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미니멀리즘이란
최소한이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 minimal에 사조를 뜻하는 이즘 ism이 더해진 낱말이다.
미니멀리즘이란 모든 장식이나 기교, 각색을 최소화하고 본질만을 보여줌으로써
표현된 갓과 실제와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생각이다.
소통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메시지가 가장 절실한가와 관련된 것이다.
가장 간절한 메시지를 위해서 다른 메시지를 버리는 것이다.
감동은 공감을 전제로 한다.
공감하려면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는 것(또는 듣는 것)의 내용에 깊이 빠져들어야 한다.
강압적인 설득이 아니라 개입하고 싶도록 만드는 빈 칸이 필요하다.
그것은 마치 앞에서 본 카니자 삼각형과 같은 문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
카니자 삼각형은 사람들이 '개입해서'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만이 어떤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mc²>,데이비드 보더니스/김민희, 생각의나무, 2000/2005, 5쪽
뒤집어보기의 따뜻함
성공은 실수나 잘못, 단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강한 설득력에서 만들어진다.
창의성의 비밀을 아는 방법이나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창의적인 인물이 되었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비슷한 데가 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란 기가 찬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위해 완성품을 해체해서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참고한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하려면 '분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 말은 그 신제품에는 완전히 새롭고 신비로운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술이 사용되었지만
새로운 조합이 신비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음악은 세 번 태어납니다.
베토벤이 작곡했을 때 태어나고,
번스타인이 지휘했을 때 태어나고,
당신이 들을 때 태어납니다.
소통을 위한 생각은 말해질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제가 경험하면서 베운 것 같아요.
제가 그렇더라고요.
칭찬해주고, 배려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에게 더 잘해서 보답하고 싶더라고요."
상식적이다. 이 말은 진부하다는 말과 아주 많이 다르다.
진부하다는 말은 단점이라는 느낌이 좀 담겨 있다.
그러나 상식은 힘이 세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이 책은 미술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적해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미적인 감각을 철학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론적인 바탕을 마련해준다.
그림에 담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힘인 '그림의 문법'을 익힐 수 있다.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와 타협하게 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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