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는 방이 더워서 밤새 잠을 설쳤다.
바닥에 누웠다가, 뚱이가 자는 침대 위쪽에 달린 에어컨을 조심스레 켰다가,
시원한 곳 찾아 헤매다가 결국 일찍 일어나 텔레비전 채널만 이리저리...
뚱이가 깬 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아침이 다 지나갔다.
"더워서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던데, 넌 안 더웠어?"
"전 팔이 추우면 못 자요. 그래서 잘 때도 꼭 덮고 자는데."
어쩐지...밤새도록 이불 차내지 않고 잘 자더라.
어제 지도를 구하지 못했고, 더구나 우리가 물어물어 찾아온 곳이 아니라
데려다준 숙소인지라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사방팔방 방향조차 알 수가 없었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서서도 방향이 맞는지 몰라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다녔던 하루.
늦어진 아침을 먹고나서
가장 먼 향일암을 갔다가, 방죽포해수욕장을 들러 오동도에 가서 음악분수를 보고
밤에 돌산공원을 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숙소인 대림산업 사택을 나와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터미널 가는 버스를 물으니 좀더 걸어가서 타야한단다.
정류장 기둥에 붙어있는 노선안내를 보니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에 가는 것 같아서 기다리다가 버스에 탔는데
이런~ 뚱이의 교통카드가 되지 않는다. 내 교통카드도 읽히지 않아 결국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마침 내겐 잔돈이 없고. 근처에 돈을 바꿀만한 가게도 보이지 않고.
내 걱정을 듣던 뚱이가 자기에게 천 원짜리가 몇 장 있단다.
노선은 많은 듯 한데 버스는 그리 자주 있는 것 같지 않다. 잘 몰라서였으리라.
겨우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는데 바다가 보인다.
큰 아파트 단지가 얼마 전에 생긴 듯한 곳을 지나는데 느낌이 영 ~~~.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봐도 정류장 이름은 낯설고 게다가 안내방송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버스는 굽이굽이 한참을 간다.
옆에 선 사람에게 향일암 가는 길을 물으니 서시장에서 내려서 길 건너 대한생명 앞에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버스노선이 무척 길다.
12시가 넘으면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라는 뚱이..
대한생명 뒷편 골목을 두리번거리다가 11시가 넘어서야 들어선 먹거리홈 이라는 식당.
별 기대 없이 기다린 비빔밥(나)과 김치순두부(뚱이)의 맛이 훌륭했다.
우리 둘의 교통카드가 아무 소용이 없어서 하나은행에 들어가서 결국 천원지폐로 환전ㅋ
은행 직원에게 가까운 커피집을 물었는데 우리 뒤에 앉아있던 한 아이엄마가 '미스빵이'라는 곳을 알려준다.
건성으로 듣고 나왔다가 결국 미스빵이를 찾아가게 된 우리.
뚱이가 먹은 옛날팥빙수(2,000원)
커피가 고팠던 난 아이스커피(2,300원)
값도 싸지만 분위기도 깔끔해서인지 손님이 참 많았다.
밥 먹고나서 오게 된 것이 안타까웠을 만큼 다른 메뉴들도 맛있어 보였다.
향일암 가는 버스, 잠든 뚱이 어깨 너머로~
향일암 오가는 버스
113번(좌석버스) 1,650원...여기 좌석버스는 학생 할인이 없어서 둘이 3,300원
111번(시내버스) 어른 1,100원, 학생 500원
향일암 올라가기 전 마을인 임포가 종점
생각보다 민박, 식당이 많아 놀랐다.
나중에 알았는데 낮동안 여수 다른 곳을 다니다가 밤늦게 버스를 타고 임포에 가서
1박하며 향일암 해돋이를 보는 여행도 좋을 듯.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언덕마루 라는 표지판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저 작은 표지판을 봤어야 하는데
우리 둘은 그냥 지나쳤다가 되돌아왔다는...
더워죽겠는데...끙~
표지판이 작은 데다가 잘 안보여서 우리처럼 되돌아오는 사람 많고
길 묻는 사람들이 많다는...
입장료: 어른 2,000 / 어린이 1,000
(공사중이라 별로 둘러보지도 못한 향일암에서 내려오던 뚱이가
"공사한다고 그렇게 막아놓고 다 둘러보지 못하게 할거면
입장료를 깎아주던지 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며 갸웃갸웃)
혼자 온 뒷모습의 이 젊은 남자(^^)도 우리처럼 길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ㅋ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앞질러 가서 향일암 좁은 바위틈에서 내려오는 그와 다시 마주쳤다.
"벌써 다녀가는 길인가봐요?"
"네. 다음 버스로 돌아가려구요."
향일암에 가기도 전, 언덕을 올라오다가 이미 지쳐버린 우리...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끄응끄응~~~
향일암엔 이렇게 좁은 바위틈, 바위 동굴이 7개가 있어서
이곳을 모두 지나면 소원 한 가지는 꼭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했는데...
공사중이라 다 갈 수 없다는 거...
뚱이 하는 말,
살 많이 찐 사람은 낄 수도 있겠어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이니...
이 날, 우리 둘은 수많은 계단에 그만 질려버렸다.
2009년 12월에 화재로 타버린 대웅전을 다시 짓느라 시끌시끌
대웅전 옆에 있는 종각은 가보지도 못했다.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난, 향일암 대웅전 마당
대웅전 오른쪽 옆으로 난 이 길을 올라가면 관음전이 있다.
사람이 몰리는 대웅전 마당보다 좀더 호젓하게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관음전 앞
644년(신라 선덕여왕 1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향일암
long long time ago 아주 오랜 옛날, 저 곳에 앉았을 스님의 뒷모습이 보일듯 말듯...
주지 스님의 기원하는 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관음전 마당 귀퉁이
연꽃을 만드는 보살이 참 곱다.
10,000원을 내고 소원지에 엄마아빠와 동명이의 건강을 써넣고 있는 뚱이에게
슬쩍 내 소원도 얹었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동 보문암과 더불어 국내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인 향일암 관세음보살께 기원했으니
그 믿음이 날 살릴 것이다! 관세음보살!
(근데...
저 보살님은 왜 날 수녀로 생각했을까?)
더위에 지쳐서 우린 방죽포해수욕장을 빼버리고 오동도로 왔다.
오동도: 입장료 무료
(동백열차: 어른 500 / 어린이 300~400)
시원하기 그지없는 바람골
저멀리 돌산대교가 보인다.
저 방파제로 동백열차가, 사람들이 다닌다.
여수는 내년에 열릴 엑스포때문에 곳곳이 공사가 한창이다.
어느 쪽에 앉아 음악분수를 볼까?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에 왔으니 이왕이면 동백나무숲을 배경으로 분수를 보는건 어때요?
(여기서부턴 스마트폰 사진)
------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닥쳐온 의무와, 그리고 일상적 절차에서조차 벗어난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그 시간에만 가질 수 있는 순진하고 온전한 감정과 그 감정을 보자기처럼
고스란히 감싸서 보존할 수 있는 고적함, 그게 좋다.
(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중에서) ------
정말 그랬다!
오동도 음악분수 앞에, 한참동안 앉아서....
교동우체국 옆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낮에 버스를 탔던 대한생명 정류장에서 다시 111번 버스를 탔다.
돌산공원 입구에서 내려 천천히 어두운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다.
시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돌산대교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곳엔 사람들이 많아 우리들은 조금 옆에서...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밤이 늦어도 선선해지지 않고 낮보다 덜하긴 해도 여전히 후텁지근하다.
간밤에 설쳐서인지 공원을 도는데 자꾸 눈이 감긴다.
뚱아, 나 졸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몰라서 아예 공원 꼭대기에서 택시를 불렀다.
오동도의 야경,
돌산대교를 굽어보는 돌산공원의 야경과 더불어
여수산업단지의 야경 또한 꼽힌다는데
우린 너무 지쳐서 그냥 돌아왔다.
금방 쓰러질 듯 피곤했는데
막상 씻고나니 둘다 말똥말똥해져서 밤이 이슥하도록 텔레비전 앞에서 낄낄....
우린 그렇게 여수에서 머물렀다.
여수시청 옆 대림산업 사택 → 교동우체국 부근(아침 겸 점심) → 향일암 → 오동도 → 교동우체국 부근 (저녁) →
돌산공원 → 여수시청 옆 대림산업 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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