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닌 이야기

어떤 세리모니(9. 4.)

keepthesunshine 2011. 9. 5. 00:27

 

새벽에 누웠지만 밖이 소란스러워 이래저래 잠을 설치다가

 9시쯤 부시시...

 

이불을 펴널다가 구름이 보기 좋아서 한 컷!

 

 

 

 

 

어제 온다고 했다가 피곤한 몸 잠시 쉰다더니 결국 오지 못했던 실비아,

우리집 쪽으로 드라이브하러 온다는 카톡 메시지

 

잠을 설친 몸이 무거워서 기분도 별로여서 꼼짝하고 싶지 않았는데...

들어오자마자 커피 달라는 이 아가씨,

오늘은 나무가 많이 보이는 곳에서 맛있는 밥 먹고 싶단다.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찾아보기에 서둘러 머리를 감고 집을 나섰다.

5월에 이사와서 한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동네를 자동차로 한 바퀴...

그 덕분에

새로 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보고,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야트막한 산이 있는 것도 알았고,

오래된 집들과 골목이 있어서 걷고 싶은 곳도 찾았다.

 

서농동사무소 옆으로 빠져나와 경희대 앞을 지나 노블카운티에...

잘 가꾸어진 정원, 깨끗한 주변, 잡초 하나 없는 매끄러운 잔디밭, 높고 환한 건물에 이르기까지

카운티 전체가 편리하고 얼핏 근사해보이긴 했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같은 느낌은 글쎄...

가난한 내 자격지심일 수도...ㅋㅋ

어쨌든 시간은 자꾸 가고 배는 더 고프고~~~

그렇게 밥 먹을 곳을 찾다가, 용인 시내를 지나고 다시 양지로~~

그러다가 결국 그녀가 전에 가봤던 곤지암리조트에 가기로.

사실 오늘 맨처음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고.

 

 

 

 

어지간히도 어수선한 사거리 풍경

 

 

3시가 다 되어 도착하고보니 점심시간이 끝나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저녁은 5시반! 이라고...

근사한 점심을 먹겠다고 먼곳까지 찾아갔건만..휴-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롯데리아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블루베리 와플 한쪽을 나눠 먹으며 고픈 배를 아주 조금 달랬다. 

 

 

작은 폭포 아래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저 징검다리 아래쪽은 생태하천, 물이 깨끗하고 나무도 많아서

공들여 꾸미고 잘 가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풍나무가 많았는데 일부러 개울쪽으로 눕혀 놓다시피 해서

개울물 위로 나무그늘이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언뜻 선운사에서 본 풍경과도 비슷...

 

 

 

 

 

실비아가 아늑해보인다던 view... 

 

 

동감했던, 상상!

 

 

 

 

5시30분, 다시 문을 연 뷔페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만찬을- 우하하핫~~~ 

오랜만에 생선초밥을 참 맛있게 냠냠,

처음 먹어본 타이 음식도 맛있었고

삶은 새우도 실비아가 껍질 벗겨줘서 푸짐히~(새우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겼다는~)

메론과 파인애플, 수박은 혼자서 세 접시나!

진한 커피도 한잔 가득...

 

역시나 기다린 보람이~~~~~^-^

 

 

 

 

 

 

 

 

 

 

 

 

1996년 바로 오늘,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었던 날이라고...

그래서 나무가 있는 곳에서 기념하고 싶었다는 실비아

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할 때면 일부러 호텔 식당 같은 곳을 찾아가 혼자 호젓하게 기념하곤 한다는 그녀에게

팁 한 수 배운 날.

 

구름과 파랗게 이쁜 하늘을 참 많이 올려다보고,

맑은 개울을 보며 산책을 하고

산을 바라보며 맛있는 저녁을 즐긴 오늘...

내가 사는 동네를 돌아보자던 네 말,

노블카운티를 거쳐 빠른 길이 아닌 구불구불 국도를 지나 곤지암리조트에 이르던 길,

그 길가에 함초롬히 피어 있던 코스모스,

저녁을 먹던 창 너머로 가만히 내려앉던 어둠,

오랜만에 올려다보았던 별빛,

돌아오는 차 안에서 먹었던 아주 작은 주황색 토마토 한 알까지

하나하나 다 멋진 세리머니였고

충분한 기쁨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날에 서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고마웠다.

 

이 가을, 모쪼록 우리 잘 견뎌 보자!

허공을 걷듯 비틀비틀 위태롭기만한 우리의 이 가을을 무사히 건너고 나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릴 즈음,

또 하나의 세리머니를 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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