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친 이야기

올레 유감

keepthesunshine 2010. 6. 2. 23:28

 

올레 유감

 

--- 김창성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올레는 이제 제주만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와 제주를 찾아왔던 모든 이의 문화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엔들 길이 없으랴마는 제주의 풍광은 제주만의 길을 만들게 했다.

이름하여 올레다.

그런데 요새 그 올레가 너무나 상품화된 관계로 여러 이름으로 즉, 올레, 올레길, 올렛길 등으로 명명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최근 한 통신업체에서 광고로 히트치는 '올레'(alleh)가 제주 올레와 겹쳐지며 상승효과를 보고 있는데, 그 스펠링 하나하나를 따지면 기업의 지향가치를 나타낼 수도 있겠지만 그 감성적 느낌은 스페인 집시의 음악인 플라멩코에서 추임새로 쓰이는 올레(ole)로서 '좋다'라는 감탄사 자체다.

문화 확장이 우리를 전국과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는 취지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원개념의 사라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올레의 전도사인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이 했던 말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우리 제주길이 생각났다."

산티아고는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의 순례길이다.

그 길은 순례자의 길을 기리는 고난과 극기의 길이다.

따라서 그 길은 원개념의 손상 없이 세계인의 순례길이 되고 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대장정 600km를 순례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레를 재정립할 이유가 충분하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레는 길이라는 뜻을 본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레길이라는 표현은 그르다.

올레는 흔히 육지 시골 노인들이 자주 쓰는 고샅에 해당하는 제주 방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고샅은 순우리말인 표준어다.

마찬가지로 우리말임에도 우리들이 잘 쓰지 않고 있는 말이 '오래'다. 
뜻인즉, 한 구역 안에 있는 이웃이라는 뜻과 제주 올레의 뜻처럼 거리에서 집으로 통하는 좁은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런 뜻으로 어떤 이들은 그 오래가 제주에서는 올레로 고착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물학에 천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본래의 숲 생태가 다른 숲 생태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소나무 군락이 오랜 시간에 걸쳐 활엽수에 치여 결국 활엽수 군락으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결국 천이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전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미의 확장을 통해 우리 제주의 자연과 삶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올레의 그 본래의 뜻이 훼손됨이 없이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 올레는 여기 제주인의 삶의 철학과 그 역동이 숨쉬는 공간이다.

바람 많고 돌 많은 제주가 그 모티프로 작용한, 제주인의 삶의 지혜와 문화가 있는 현장이다.

바람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길을 직선이 아닌 완만한 곡선으로 틀었고 또한 그 길 따라 주위에 널려 있는 돌덩이를 숭숭 쌓아올려 바람의 기를 뺌으로써 자연과 함께 사는 제주인의 삶의 방식이 묻어나는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요새 제주 올레는 삶이 배제된, 그저 제주가 주는 풍광 따라 난 길이다.

그 길의 대부분은 제주인의 삶과 격리된 길이다.

큰길, 작은 길, 해변길을 포괄하는 제주의 모든 길이 되어버렸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그 길에는 제주의 풍광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올레의 명예를 위하여 올레에는 본래의 이름인 올레를, 올레가 아닌 길에는 제주의 길이라는 이름을 주자.

돌 틈으로 장독과 허벅이 빠끔히 보이고, 바람 불면 바람소리 새어 나가는 그런 길을 올레라 부르자.

나아가 제주의 길이 '올레가 있는 제주 풍광길'로 명명되는 날을 희망한다.

 

(2010년 6월 2일 수요일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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