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읽을 책들을 구성도서관에서 빌려오면서 이번엔 책거리를 미리 하고 싶어졌다.
이 좋은 자리에 술향기가 빠지면 혼자 섭섭해서
2천원 주고 산 매실주가 머그로 한 잔이 되었다.
그걸 홀짝 홀짝 마시다가... 그만
지난밤 말 그대로 뻗어버렸다.
어찌어찌 설겆이를 겨우 하고나니 누워야할 만큼 어지러웠다.
그러고는 그냥 잠이 들었다.
불도 켜놓고 책은 머리맡에 쌓아놓고...
몸이 힘들어서인지 푹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깼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
꼭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잃었다가 했던 것 같다.
밤 12시에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 정엽의 '푸른밤'을 듣겠다는 갸륵한(?) 일념에
억지로 일어난 11시40분,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속도 뒤틀리고.
술 마시는 책거리는 이제 안녕이다.
겪어야 깨달으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미련하기가...
물을 연거푸 들이키며 라디오를 들으며
읽기 시작한 <서늘한 미인>을 기어이 다 읽고 잤다.
이로써 2009년에 읽은 <예술가의 방>에 이어 읽으려 했던 김지은의 책 2권을 다 읽은 셈.
3월에 읽은 <꽃 피는 삶에 홀리다>를 읽으며 손철주의 다른 책들도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도서관을 뒤져서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2010년에 나온 개정판은 아니지만)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도 개정판이 아니고)
<인생이 그림 같다> (수지도서관에서 상호대차한) 을 데려왔다.
책이 나온 순서를 거꾸로 읽는 것이 되었지만 그래서 같은 작가라도 문체가 달라지는 차이라든지
눈길이나 생각이 달라지고 깊어지는 차이를 읽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를 읽다 보니
오래전 읽었던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김화영 등 이름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그래서 뚱이네서 다시 김화영이 옮긴 카뮈의 책 몇 권과 김화영이 쓴 <행복의 충격>을 다시 가져왔다.
장 그르니에의 <섬>도 다시 읽을 거다. (오래 전 읽은 그 책은 누구에게 가있을까...)
스물 몇으로 꼽는 그 나이에 만난 카뮈와 그르니에, 김화영...
(아! 이토록 나를 부르는 지중해의 푸른 목소리를 그 바람의 노래를 나는 듣는다.)
기억은 아득해서 글에서 얻은 뉘앙스조차 남아있는 게 없어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 이름들을 이렇게 다시 만나 새롭게 읽는 기쁨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뻔뻔한 합리화^.^;;)
김화영의 이름을 <서늘한 미인>에서 다시 만났다.
그래서 미셀 투르니에의 책 몇 권도 목록에 덧붙이고 김경미 시인의 시집도 더 얹어놓는다.
송명규의 <후투티를 기다리며>는 도서관 누리집에서
북로그세미나로 글쓴이가 강연회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읽어볼 맘이 든 책이다.
(초청강연회: 4월 27일(수) 저녁 7시~9시, 용인어린이도서관)
<후투티를 기다리며> (용인시립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보고 괜찮으면
저자의 다른 책 <모래 군의 열두 달> <숲의 서사시>도 읽으려고 한다.
이런, 이런...목록이 꽤나 길어졌다.
책을 읽다가 글이 맘에 들면 그 작가의 책들을 쭈루룩 찾아 읽는다.
그러다가 그 책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찾아 보기도 한다.
비슷한 주제로 쓴 책들을 골라 비교하며 읽기도 한다.
이렇게 저렇게 책을 고르는 지평은 넓어지는 듯 싶지만
그에 비해 기억하는 넓이와 깊이는 어째 전보다 점점더 줄어들고 얕아지니...
그렇다해도 책을 찾아 다니고 책 속에서 헤매다니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