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닌 이야기

잠시 들른 옷집에서

keepthesunshine 2011. 4. 10. 01:12

 

저녁해가 기울 무렵 레이지카에서 나왔다.

마북동에서 그토록 먹고 싶던 주꾸미를 드디어...

주꾸미 볶음과 도토리묵 무침을 맛있게 배부르게 냠냠~~~~

근심 걱정 잠시 모두 잊고 그저 음식 삼매경에...ㅋ

내친 김에 우리들의 방앗간 보정동 옷집 룸토크에 일부러 들렀다.

 

거기까지 가는 길..

 카페 몇 곳이 더 생겼고,

새로운 옷집이 보였다.

체크 무늬 스커트도 구경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도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도시락 넣고 다닐 예쁜 가방도 찾아보고(정작 도시락은 사지 않아서 대충 싸서 다니면서 말야..ㅋㅋ)

주말이라 이쁜 옷이 거의 빠져나갔는지

마음에 드는 옷은 그닥 없었고(솔직히 밍도 나도 둘 다 지금 옷 살 여력이 되지 않아 애써 건성으로 봤지만)

옷집 선반에서 전엔 없던 이쁜 것들을 보았다.

 

 

 

 

기린과 펭귄의 표정이...ㅋ

 

 

 

 

 

 

 

 

내 맘에 들어온 녀석 ㅋ

 

 

 

봄옷, 저렇듯 곱게 차려 입고 나풀나풀 꽃들 만나러 가고 싶다는...

그래야 방사능 빗속에서도 장하게 피어난 꽃들, 돋아난 새싹들에 대한 예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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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한국학 그림을 만나다'에게 주인을 찾아 주었다.

책에 담긴 정성과 재미가 크고 깊어서 꼭 새로운 주인 - 허투루 두지 않고 틈틈이 꺼내 즐길 만한 - 을 짝지워 주고 싶던 책이었다.

여러 사람과 도서관을 두고 고민을 해오다가 드디어 어제 불쑥 만날 약속을 한 밍에게 주기로.

근현대의 그림도 간송미술관도 함께 보러 다닌 적이 있고 눈썰미가 좋으니까

그 책에 실린 우리의 옛그림, 옛 자료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잘 보고 읽어주리라 믿는다. 

그 책과 함께 그림책 5권도 안겨 보냈다.

<두두가 좋아> <천의 바람이 되어> <종이학> <마음의 집> <꼬마 곡예사>

지난달에 두 사람에게 나눠 보낸 5권, 2권도 꼬마 주인들과 모쪼록 새롭고 즐거운 만남이 되었기를.

그러고 보니 그새 12권의 그림책들이 이야기와 꼬리를 잊지 못하고 내 곁을 떠났구나.

게으른 주인 곁보다는 새 주인을 만나는 게 저 옷처럼 화사한 복이지 뭐...ㅎㅎㅎ

고르고 골라서 사들인 책들이라 떠나 보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렇게 마음을 기울인 책들이라 한참 두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를 쉽게 만나지 못할 듯싶은 책들이 하나둘 가려진다.

따로 가려진 책들은 그때그때 우리집에 오는 이들의 손에 들려져 내 곁을 떠나가게 되는 것이다.

오늘처럼...

손목이 부쩍 아파져서 멀리 들고다니는 건 용기를 그리고 이어질 아픔을 필요로 하기에.

 

 

거리를 지나다가...

2009년 여름, 연꽃을 보러 나섰던 여행,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던 시몬과 그의 후배랑

광주 시내 어느 대학 부근으로 일부러 찾아간 커피집에서 호기심으로 맛보았던 커피...

진하디 진한, 아주 까맸던 커피

그 커피 마시고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 했던, 어찌나 맨정신으로 만들던지...

그 커피를 뭐라 했더라 뭐였더라 기억을 제아무리 더듬어도 도무지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우연찮게 그 커피를 메뉴에서 찾아내고는 꼭 기억해야지 했는데 역시나 까무룩...

또다시 늪에 빠뜨린 그 이름을 오늘 고개를 돌리다가 저거였어!

아예 사진으로 기억해두자 하는 맘으로...우하하!

글자 아래로 보이는 게 바로 더치 커피를 내리는 사이펀 같은 장치인데 키가 제법 크다.

들은 바로는 12시간 동안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는 거라서 그토록 진하다는 것이다.

사약(비록 마셔본 적은 없지만)같이 쓰고 엄청 진했던 더치 커피는 그대신 뒷맛이 깔끔했다.

아무튼 점점 자신 없어지는 기억력 땜에 불안불안할 때가 많다.

때론 그때문에 평화로울 때도 있다는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런 게 삶의, 나이듦의 아이러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