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콩갈다>
박연 / 북하우스 / 2010
어쩌면 세대를 넘나드는 소통이란 거창한 방법만이 필요한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위트와 센스, 눈높이를 맞추려는 배려와 이해,
그런 소소한 디테일들이 삶을 바꾸고 장벽을 허무는 힘이 아닐까.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주는 거야?
짧게 요약하자면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어.'네 입장이 되어보는 거야.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가장 위대한 미술 작품을 만들어낸단다.
'사회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이다'라는 말보다도 아빠가 더 중요하게 내세우는 교육에 관한 철칙은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명제다.
삶을 살아갈 때 서두르지 말고 길게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것이 맞다는 뜻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건 행복하게 사는 방법중 하나야.
왜?
네가 행복할 때와 힘들 때를 떠올려봐.
행복할 때는 '나만 행복하다'라고 생각해봐.
그걸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믿으면 정말 행복하거든.
반대로 힘들 때는, 예를 들어 네가 공부를 할 때는 다르게 생각하는 거지.
'이건 모두가 거치는 과정이야. 난 혼자가 아니라고.'
이런 생각과 믿음은 널 덜 힘들게 해.
다른 말로 하자면 카르페 디엠, 혹은 메멘토 모리라고도 할 수 있지.
네가 말한 내용들이 결국은 공부의 힘이야. 아는 것의 힘이지.
난 항상 딸과 이런 대화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연세대학교 교훈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야.
딱 맞는 말이지. 모르면 두려운 가고 알면 두렵지 않은 거고.
그래 맞아. 무언가 알아가는 즐거움, 힘들긴 해도 그게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
생뚱맞기는 하지만 이러한 뜬금없는 감수성, 혹은 소름병은 우리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거나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말도 안될 정도로 짧고 보잘것없는 우리 인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또 나름 '가치 있게'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맨해튼으로 새벽에 떠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돈 주앙>을 보고 그날 밤 12시에 돌아왔다.
이날 본 <돈 주앙> 공연은 TV에서 보는 오페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성악가들 앞에 가까이 앉지는 않아 그들의 얼굴에 표현된 감정들을 자세히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청중들의 반응, 의자 바로 앞에 보이는 자막,
어둡고 긴장감으로 가득한 거대한 공연장에서 보는 <돈 주앙>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시 한 번 실제로 하는 경험이 감성을 자극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음악을 듣는 훈련만큼이나 긴 시간의 훈련이 필요한 것이 미술/미적 감각을 키우는 일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필요한 순간마다 돈을 주고 사지도 못하는 능력이다.
맥주 잔을 선택하기 위해 몇 번의 경우의 수가 나오는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겠다.
물론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하찮은 개그 쇼 따위를 하는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까다롭고 디테일하게 감각을 살리는 생활은
삶을 훨씬 더 재미있고 가치 있게 해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없는 상태로
무조건 그림만 보러 다니게 된다고 충분히 그림을 이해하거나 감상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림은 '아! 이쁘다'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취향, 사회적인 맥락, 환경의 영향, 그리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필요에 의해 창조되는 미적 표현방법이다.
따라서 관련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미술이다.
"인생은 건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연소시켜야 할 대상이다." (알베르 카뮈)
아빠는 잠시 후 말했다.
"아빠도 지키려고 최근에 많이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은 게 하나 있어.
이걸 실천할 수 있으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거든."
"생활은 여행처럼 여행은 생활처럼. 이것만 지킬 수 있으면 인생이 풍요로워져."
사람들은 보통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항상 보고 접하는 일상이기 때문에
신선한 시선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계획을 한 후 여행을 갈 경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행을 왔다는 인식을 하고
주위의 모든 것을 바쁘고 신기한 눈으로만 열심히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쪽 모두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겨버린다.
생활에서는 여행을 한다는 시선을 가지지 못하여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즐거움이나 신비함을 놓치게 된다.
반면 여행에서는 여행을 한다는 시선만을 가지게 되어
그 지역의 일상생활의 특별함을 놓치고 말 그대로 '관광'만 하고 오게 된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자성어가 하나 있다.
視以不見 聽以不聞(시이불견 청이불문)
모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기며 해석할 문장이다.
물론 한자를 한글로 바로 해석하면 어떠한 의미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보기는 하되 보지를 못하고 듣기는 하되 듣지를 못한다'라는 뜻.
하지만 영어 버전으로 다시 해석하면 조금의 차이를 볼 수 있다.
"Seeing is not Watching, Hearing is not Listening."
이는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의 차이, 듣는 것과 경청하는 것의 차이를 말한다.
즉 즐거움은 '새로운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가장 재미있고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것,
처음 가보는 생소한 환경에서 평범한 그곳 사람의 시선으로 주위를 관찰하는 것.
예를 들어 파리의 센 강변에 갔을 때는 강 앞에 서서 강이 잘 나오도록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행햐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파리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처럼 평범한 시선으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에 수도 없이 많이 보는 한강변을 지날 때에는 내일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에서 하루 동안 서울을 놀러온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면 보지 못했던 재미있고 가치 있는 작은 부분들이
마치 현미경을 통해 보이듯 나타난다.
삶은 알맞은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직접 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많이 다른 게 아닌가 싶다.
아빠가 알려준 인생의 세 가지 법칙:
1. 절대 거짓말 하지 마라, 정면 돌파해라.
2.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라.
3. 인생에 공짜는 없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 그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겠다.
사람이 살아가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행복'이다.
그런데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돈, 권력, 명성도 아닌 '자존감'이 보기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주눅이 들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이다.
자신감 있고 절대 기죽지 않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알고 많이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1초의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 '하나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즐기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즐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결국,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잊은 채
불행하게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과정을 즐기며
하나하나의 일에 집중을 하고 가치를 찾는 게 더 재미있게 사는 방법같다.
우리의 삶은 순간의 합이다. 우리의 인생은 앨범이다.
하나하나, 재미있고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처럼 모으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다.
사람의 삶은 상장이나 트로피 한 개로 결정지을 수 없다.
다양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인생은 순간의 합이다.
스무 살의 연이에게 한없이 위로 받은 오후...
다정하게 그러나 확고한 목소리로 눈빛으로 손길로 토닥토닥...
내 삶이 그다지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
가진 게 적어도 이룬 게 없어도
본질에 충실하려는 애씀이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
어린 친구에게 제대로 배우며 뜨겁게 위로받으며,
또한 참 행복했다.
연이와 연이가 쓴 유쾌한 책을 만난 축복에,
그리고...연이의 가장 좋은 친구인 아빠가 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읽을 설렘에...
'밑줄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해리 포터 시리즈 (0) | 2011.03.15 |
|---|---|
|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0) | 2011.03.14 |
| 낯선 땅에 홀리다 (0) | 2011.03.01 |
| 낯선 존재를 향한 '빨강머리 앤'의 사랑법 (0) | 2011.02.20 |
| 공책? 공 효진 책 (0) | 2011.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