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 달 / 2011
방학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와
보습학원을 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고른 책선물이다.
열 권의 소설책을 낸 작가의 첫 산문집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편지 한 편씩을 매일 붙인,
'답글'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 동안 쓴 120장의 편지가 이 책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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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쳐온 시간들, 그 시간들이 이어져 흘러가면서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
하지만 경험이란 재료일 뿐이니 성격과 용도를 확실히 파악할 때까지 좀 묵혀 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경험하는 순간은 물론, 한가운데에 푹 빠져 즐기는 게 최고구요!
그래야만 그 경험이 완전한 것이 될 테죠.
한적한 토요일 아침, 맛있는 뷔페 음식을 등 뒤에 가득 쌓아놓고
혼자 햇살을 바라보고 앉아 유리잔 벽을 기어오르는 거품을 바라보며
천천히 스파클링 와인을 기울이는 기분, 이런 호사라니!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닥쳐온 의무와,
그리고 일상적 절차에서조차 벗어난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그 시간에서만 가질 수 있는 순진하고 온전한 그 감정을 보자기처럼 고스란히 감싸서 보존할 수 있는 고적함, 그게 좋다.
거리를 두기 위해 떠나지만, 이렇게 멀리 떠나와 있을수록
그것이 결국 내가 돌아갈 거리라는 걸 깨닫곤 합니다.
밤의 강이란 정말 아름다운 것이더군요.
물과 흐름과 곡선과 굽이와 경계와 단절과 작별과 나무들과 배와 다리와 그리고 빛을 반사하는 수면……
강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 내 마음을 흔들어놓네요.
그런데,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퍼지는 걸까요.
그리고 끝내 여행이 남기는 것, 작별.
거리를 두기 때문일까요, 나를 묶어두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나 자신을 낯선 곳에 혼자 떨어뜨려놓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일까요.
혼란스럽던 문제들이 불현듯 명료해지는 순간,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 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의 시간은 흘러가버리지 않고 내 몸 안에 새겨집니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수행하느라 긴장되고 바쁘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여행의 여정이란 돌아온 다음부터,
내 마음속의 반추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내가 너를 찾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 아직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물을 두 번 보게 된다.
한 번은 내 눈으로, 또 한 번은 그사람의 눈으로.
내 관점과 감각이 두 겹이 되는 게 아니라 두 개의 관점과 취향이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애쓸 필요는 없다.
그냥 두 개인 채로 가도 괜찮다.
당신이 문득 그 별을 보게 된거라고 생각하죠?
별이 당신을 발견하고 비춘 거예요.
뒷표지
책을 받아들고 간 친구들은 어느 곳에 눈길이 머물고 어떤 구절을 마음에 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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